탄산음료를 얼리면 어떻게 될까? 냉동실에 넣으면 위험한 이유

미지근해진 콜라나 사이다를 빨리 차갑게 만들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냉동실입니다.

“10분만 넣어두면 되겠지.”

그런데 다른 일을 하다가 탄산음료를 넣어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시간 뒤 냉동실을 열어보니 캔이 부풀어 있거나, 심한 경우 내용물이 새어 냉동실 안이 엉망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 탄산음료는 냉동실에서 이런 문제를 일으킬까요?

단순히 ‘탄산이라서 터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러 현상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물의 동결, 얼음 결정의 성장, 액체 성분의 농축, 이산화탄소의 이동, 밀폐 용기 내부의 압력과 부피 변화​가 서로 영향을 줍니다.

탄산음료 대부분은 물이다

콜라나 사이다에는 물뿐 아니라 당류 또는 감미료, 산미료, 향료, 색소와 이산화탄소 등 여러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입니다.

따라서 탄산음료를 충분히 냉각하면 물을 중심으로 한 액체가 얼기 시작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탄산음료는 순수한 물과 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0℃에서 음료 전체가 한꺼번에 단단한 얼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에 설탕 등 여러 물질이 녹아 있으면 어는점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은 얼면서 특이하게 행동한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낮아져 고체가 되면 밀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물은 독특합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 물 분자들이 수소결합에 의해 비교적 열린 결정 구조를 형성합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얼음의 밀도는 액체 물보다 낮습니다.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같은 질량을 기준으로 보면 얼음은 액체 물보다 더 큰 부피를 차지합니다.

순수한 물의 경우 동결에 따른 부피 증가는 대략 9%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밀폐된 용기에서는 이 부피 증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탄산음료도 얼면서 9% 팽창할까?

여기서는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탄산음료는 순수한 물이 아닙니다.

당류와 여러 용질,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기 때문에 전체 음료가 순수한 물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물이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서 더 큰 부피를 차지하려는 현상 자체는 중요합니다.

밀폐된 캔이나 병에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얼음이 형성되고 부피가 변하면 용기 벽에 기계적인 부담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얼음이 만들어질 때 설탕은 어떻게 될까?

탄산음료가 얼 때 흥미로운 일이 하나 더 발생합니다.

얼음 결정은 기본적으로 물 분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집니다.

액체에 녹아 있던 설탕이나 다른 용질 대부분은 얼음 결정 구조에 그대로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얼음 결정이 성장하면서 용질은 아직 얼지 않은 액체 부분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 결과 남아 있는 액체에는 설탕과 여러 성분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동결 농축(freeze concentration)​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탄산음료가 완전히 얼기 전 슬러시처럼 부분적으로 얼어 있는 상태에서는 얼음 부분과 남아 있는 액체 부분의 조성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도 얼음 속에 그대로 갇힐까?

탄산음료에는 CO₂가 녹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음료가 얼 때 CO₂도 물과 함께 얼음 결정 속에 균일하게 들어갈까요?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얼음 결정이 성장할 때 용질과 기체는 고체 결정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동결이 진행되면 CO₂ 역시 남아 있는 액체나 기체 공간 쪽으로 재분배될 수 있습니다.

즉, 얼음이 많아질수록 아직 얼지 않은 부분에서는 여러 용질과 CO₂의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밀폐된 탄산음료의 동결을 단순한 ‘물이 얼었다’ 정도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CO₂는 물에 더 잘 녹는데 왜 문제가 될까?

앞선 글에서 이산화탄소는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물에 더 잘 녹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냉동실에서는 오히려 CO₂가 더 안정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액체 상태만 생각하면 낮은 온도가 CO₂ 용해에 유리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음료가 실제로 얼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액체 물 자체가 얼음 결정으로 변하면서 CO₂가 녹아 있을 수 있는 액체의 양이 감소합니다.

동시에 얼음 결정은 CO₂를 액체 상태의 물처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차가울수록 CO₂가 잘 녹는다.”

라는 사실만으로 동결 상태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액체가 얼음으로 변하는 상변화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밀폐된 캔에서는 왜 위험할까?

이제 여러 현상을 합쳐보겠습니다.

탄산음료 캔은 밀폐되어 있습니다.

내부에는 이미 탄산화에 따른 압력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음료가 얼기 시작하면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부피가 증가하고, 남아 있는 액체와 CO₂의 분포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캔 내부에는 무한한 공간이 없습니다.

결국 얼어가는 내용물이 용기 벽을 밀어내면서 캔이 변형될 수 있습니다.

용기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접합부나 약한 부분이 손상되거나 파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냉동실에 오래 방치된 탄산음료 캔이 부풀거나 터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탄산 압력이 높아져서 터진다’고 말하면 정확할까?

이 설명도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탄산음료의 동결 과정에서는 온도가 내려가고 액체가 얼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열된 밀폐 탄산음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냉동 중 용기가 손상되는 현상을 설명할 때는 단순히

“CO₂ 압력이 계속 올라가서 터진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물의 동결에 따른 부피 변화 + 얼음 결정 형성 + 액체와 CO₂의 재분배 + 제한된 용기 공간

이 함께 작용한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특히 물이 얼면서 발생하는 부피 증가는 밀폐 용기에 큰 기계적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페트병도 터질 수 있을까?

페트병은 금속 캔과 달리 어느 정도 변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물이 얼면서 병이 팽창하거나 모양이 크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뚜껑이나 병의 구조가 손상될 수 있고, 압력과 얼음의 팽창 때문에 내용물이 새거나 용기가 파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완전히 얼어 변형된 페트병을 바로 열려고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리병은 더 조심해야 한다

유리병에 들어 있는 탄산음료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유리는 페트병처럼 쉽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내부 내용물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유리가 견딜 수 있는 응력을 넘어가면 병이 깨질 수 있습니다.

깨진 유리 조각은 단순히 음료를 버리는 문제보다 훨씬 큰 안전 위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리병에 담긴 탄산음료를 냉동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얼린 탄산음료를 해동하면 탄산이 원래대로 돌아올까?

실수로 탄산음료를 얼렸다가 녹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시 액체가 되었으니 원래 음료와 똑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결과 해동 과정에서 CO₂의 분포가 변하고, 해동 과정에서 기포가 형성되면서 일부 CO₂가 기체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용기가 계속 밀봉되어 있다면 CO₂가 모두 외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 상태는 처음 제품을 구입했을 때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용기를 개봉하면서 CO₂가 빠져나가면 탄산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렸다 녹인 탄산음료를 열면 왜 갑자기 거품이 날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 얼어 있거나 막 해동된 음료는 내부가 균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얼음 결정, 남아 있는 액체, 기체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음 표면이나 미세한 구조는 기포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해동 과정에서 CO₂의 분포 역시 변합니다.

이 상태에서 밀봉을 갑자기 해제하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CO₂가 빠르게 기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얼었다가 녹은 탄산음료는 흔들지 않고 충분히 안정시킨 뒤 조심스럽게 다루는 편이 좋습니다.

탄산음료가 슬러시처럼 갑자기 얼어붙는 현상은 무엇일까?

냉동실에서 꺼낸 탄산음료가 겉보기에는 액체인데 충격을 주거나 뚜껑을 열자 갑자기 얼음 결정이 퍼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과냉각(supercooling)​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액체가 정상적인 어는점 아래로 내려갔는데도 얼음 결정이 만들어질 적절한 핵생성 지점이 부족하면 일시적으로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충격을 주거나 결정이 만들어질 계기가 생기면 얼음 결정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탄산음료의 실제 동결 온도와 과냉각 정도는 당류 농도, 성분, 용기, 냉각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시간 동안 냉동하면 반드시 슬러시가 만들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얼음이 생기면 왜 맛도 달라질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 얼린 탄산음료를 먹어보면 부분마다 단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동결 농축 때문입니다.

얼음 결정은 주로 물 분자로 만들어지고 설탕 등의 용질은 남은 액체 쪽에 농축됩니다.

따라서 얼음 부분은 상대적으로 묽고, 아직 얼지 않은 액체는 더 진해질 수 있습니다.

완전히 녹인 뒤 충분히 섞으면 다시 균일해질 수 있지만 부분적으로 얼어 있는 상태에서는 위치에 따라 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탄산음료를 빨리 차갑게 만들고 싶다면?

냉동실을 짧은 시간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캔이나 유리병을 장시간 냉동실에 방치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제품의 표시사항에 따라 냉장 보관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빠르게 차갑게 해야 한다면 얼음물 등을 활용해 용기를 외부에서 냉각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료 자체가 얼 정도로 장시간 방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 냉동실에서 얼어버렸다면?

용기가 부풀거나 변형되어 있다면 바로 개봉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유리병에 균열이 있거나 캔이 심하게 변형됐다면 안전을 우선해야 합니다.

밀폐된 상태에서 얼어 있는 음료는 내부 상태를 눈으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얼어 있는 용기에 충격을 가하거나 억지로 뚜껑을 열면 예상하지 못한 내용물 분출이나 용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히 조심스럽게 다루고, 용기가 손상됐다면 마시는 것보다 폐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일반 얼음과 탄산음료 얼음은 같은 것일까?

순수한 물로 만든 얼음과 탄산음료를 얼려 만든 고체는 조성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탄산음료에는 설탕, 산, 향료와 여러 용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동결 과정에서 물이 먼저 얼음 결정에 들어가고 용질은 남은 액체에 농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탄산음료 전체가 하나의 균일한 고체로 동시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온도가 내려가면서 얼음과 농축된 액체가 공존하는 구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탄산음료를 얼렸을 때 순수한 물 얼음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핵심 정리

탄산음료를 냉동실에 넣으면 단순히 ‘차가운 탄산음료’가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충분히 온도가 내려가면 음료 속 물이 얼음 결정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물이 얼면서 더 큰 부피를 차지하고, 얼음 결정이 성장하는 동안 설탕 등의 용질과 CO₂는 남아 있는 액체나 기체 공간 쪽으로 재분배될 수 있습니다.

밀폐된 용기 안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제한된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용기 벽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캔이 변형되거나 파열될 수 있고, 유리병은 깨질 경우 날카로운 파편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탄산음료는 탄산 압력이 높아서 냉동하면 터진다.”

라고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동결에 따른 물의 부피 증가 + 얼음 결정 형성 + 용질과 CO₂의 재분배 + 밀폐된 용기의 제한된 공간

이 함께 작용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얼렸다가 다시 녹인다고 해서 음료가 반드시 처음과 완전히 같은 상태로 돌아오는 것도 아닙니다.

탄산음료를 맛있게 마시고 싶다면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얼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냉장해 차갑게 보관하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 Petrenko V. F., Whitworth R. W., Physics of Ice, Oxford University Press.
  • Chaplin M., 물과 얼음의 구조 및 물리적 특성에 관한 자료.
  • Liger-Belair G., Carbon Dioxide in Bottled Carbonated Waters and Subsequent Bubble Nucleation under Standard Tasting Condition,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19.
  • Bubbles, Foam Formation, Stability and Consumer Perception of Carbonated Drinks: A Review of Current, New and Emerging Technologies for Rapid Assessment and Control, Foods, 2020.
  • 식품 동결 및 freeze concentration 관련 식품공학 문헌.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