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의 탄산은 시간이 지나면 어디로 사라질까?

탄산음료를 컵에 따라놓고 몇 시간 뒤 다시 마셔보면 처음의 강한 탄산감이 거의 사라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탄산이 다 날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그 탄산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음료 안에서 없어져 버린 것일까요?

다른 물질로 변한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으로 이동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탄산음료의 이산화탄소(CO₂) 대부분은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액체 속에 녹아 있던 CO₂가 액체 밖으로 이동한 뒤 주변 공기로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탄산이 날아간다’는 표현은 실제로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이동 과정을 뜻합니다.

탄산음료 속 탄산의 정체는 무엇일까?

콜라, 사이다, 탄산수 같은 음료에는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습니다.

제조 과정에서는 압력을 이용해 CO₂를 음료에 녹입니다.

그래서 밀봉된 탄산음료에는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용존 CO₂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물과 반응하여 탄산과 관련된 화학적 평형에 참여하지만, 탄산음료 속 CO₂ 전체가 탄산(H₂CO₃)으로 변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구분은 중요합니다.

일상적으로 ‘탄산’이라고 부르지만 음료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의 상당 부분은 물속에 녹아 있는 CO₂로 존재합니다.

CO₂가 물에 들어가면 어떤 상태가 될까?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여러 형태 사이에서 평형을 이룹니다.

간단하게 나타내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CO₂(g) ⇌ CO₂(aq)

기체 상태의 CO₂와 물에 용해된 CO₂ 사이에 평형이 존재합니다.

물에 녹은 CO₂의 일부는 물과 반응해 탄산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CO₂ + H₂O ⇌ H₂CO₃

그리고 탄산은 다시 수소이온과 중탄산이온을 만드는 산-염기 평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H₂CO₃ ⇌ H⁺ + HCO₃⁻

조건에 따라 더 복잡한 평형도 존재하지만 일반적인 탄산음료를 이해할 때는 이 정도 구조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탄산음료 속 CO₂가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 사이에서 동적인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밀봉된 병에서는 왜 탄산이 오래 유지될까?

새 탄산음료는 밀봉되어 있습니다.

병이나 캔 안에는 액체뿐 아니라 위쪽에 작은 기체 공간, 즉 헤드스페이스(headspace)​가 존재합니다.

이 공간에는 CO₂가 존재하고 액체 속 CO₂와 서로 영향을 주며 평형을 이룹니다.

기체의 액체에 대한 용해도를 이해할 때 중요한 관계가 헨리의 법칙(Henry’s law)​입니다.

일정한 온도에서 액체와 접촉하는 특정 기체의 부분압력이 높을수록 그 기체가 액체에 더 많이 녹을 수 있습니다.

밀봉된 탄산음료에서는 CO₂의 부분압력이 높은 환경이 유지됩니다.

그래서 많은 CO₂가 액체 속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면 평형이 깨진다

탄산음료 뚜껑을 여는 순간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밀폐된 용기 내부의 압력이 외부 대기압 방향으로 낮아집니다.

또 음료 위의 환경도 CO₂가 풍부한 밀폐 헤드스페이스에서 개방된 공기로 바뀝니다.

새로운 조건에서는 기존에 액체 속에 녹아 있던 양의 CO₂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액체 속 CO₂ 일부가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뚜껑을 열었을 때 보는 기포가 이 과정의 일부입니다.

탄산은 기포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액체 속 CO₂가 빠져나오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기포입니다.

컵의 미세한 흠집이나 작은 섬유, 먼지, 빨대와 얼음 표면 등에서 작은 기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치를 핵생성 지점이라고 합니다.

기포가 만들어지면 주변 액체에 녹아 있던 CO₂가 기포 안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포는 점점 커지고 부력에 의해 위로 올라갑니다.

마침내 액체 표면에 도착한 기포가 터지면 내부의 CO₂가 공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기포는 액체 속 CO₂가 대기로 이동하는 운반 경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기포가 없어도 CO₂는 빠져나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탄산이 빠지는 과정이 반드시 눈에 보이는 기포를 통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CO₂는 액체의 자유 표면을 통해서도 기체상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컵 위쪽의 공기에서 CO₂의 부분압력이 액체와 평형을 이루기에 충분히 높지 않다면 액체 속 CO₂가 표면을 통해 주변 기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컵 위로 나온 CO₂는 주변 공기와 섞여 퍼져나갑니다.

따라서 컵에서 눈에 띄는 기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탄산 손실이 완전히 멈췄다는 뜻은 아닙니다.

컵 위로 나온 CO₂는 어디로 갈까?

액체를 빠져나온 CO₂는 컵 바로 위에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주변 공기와 섞이고 공기의 움직임과 확산에 의해 방 전체로 퍼집니다.

그리고 더 넓은 환경의 공기와 섞입니다.

즉, 우리가

“콜라 탄산이 날아갔다.”

라고 말할 때 실제로는 콜라에 있던 CO₂ 분자들이 음료를 떠나 주변 대기 중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물질이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위치와 상태가 변한 것입니다.

열린 컵에서는 왜 계속 탄산이 빠질까?

컵에 탄산음료를 따라두면 음료 표면이 계속 주변 공기에 노출됩니다.

액체에서 나온 CO₂는 컵 위쪽 공기와 섞이고 다시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따라서 음료 표면 바로 위에 높은 CO₂ 부분압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액체 속 CO₂가 계속 밖으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이 유지됩니다.

반대로 밀폐된 용기에서는 CO₂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액체에서 나온 CO₂가 헤드스페이스에 축적되면 CO₂ 부분압력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평형이 형성됩니다.

이것이 열린 컵과 밀폐된 페트병의 큰 차이입니다.

다시 뚜껑을 닫으면 탄산 손실이 멈출까?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페트병을 한 번 열었다가 다시 닫으면 병 안에는 새로운 헤드스페이스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처음 닫은 순간 헤드스페이스의 CO₂ 부분압력은 새 제품 상태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액체 속 CO₂ 일부가 기체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CO₂가 헤드스페이스에 축적되면서 압력이 올라가고, 결국 새로운 조건에서 평형에 가까워집니다.

따라서 뚜껑을 닫은 뒤에도 액체에서 헤드스페이스로 CO₂가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용기가 제대로 밀봉되어 있다면 그 CO₂가 계속 외부 대기로 사라지는 것은 제한됩니다.

그래서 열린 컵보다 탄산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병을 다시 열면 어떻게 될까?

다시 뚜껑을 열면 헤드스페이스에 모여 있던 CO₂가 외부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또다시 ‘칙’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다시 닫으면 액체 속 CO₂ 일부가 새로운 헤드스페이스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음료가 보유하고 있던 CO₂의 총량이 점차 감소합니다.

따라서 큰 페트병을 하루 동안 여러 번 열고 닫으면 처음보다 탄산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왜 음료가 조금 남으면 탄산이 빨리 약해질까?

페트병에 음료가 조금밖에 남지 않으면 액체 위의 헤드스페이스가 커집니다.

다시 밀봉한 뒤 그 넓은 기체 공간의 CO₂ 부분압력을 높이려면 액체에서 더 많은 CO₂가 기체 공간으로 이동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병을 열면 헤드스페이스의 CO₂가 다시 외부로 빠져나갑니다.

따라서 음료가 적게 남아 있을수록 반복적인 개봉 과정에서 탄산 유지에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탄산이 빠지는 속도는 무엇이 결정할까?

CO₂가 빠지는 속도는 한 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온도

이산화탄소는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의 물에 더 잘 녹습니다. 따라서 따뜻해질수록 CO₂를 유지하기 불리해집니다.

압력

CO₂의 부분압력이 높은 환경에서는 액체가 더 많은 CO₂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액체와 공기의 접촉 조건

열린 컵처럼 액체가 대기에 노출되면 CO₂가 주변으로 계속 이동할 수 있습니다.

기포 핵생성 지점

컵의 흠집, 섬유, 얼음, 빨대와 작은 입자 등은 기포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액체의 움직임

흔들거나 세게 따르고 휘저으면 기포 형성과 기체-액체 사이의 물질 전달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탄산이 빠지는 속도’는 여러 물리적 조건의 결과입니다.

따뜻한 탄산음료가 더 빨리 김이 빠지는 이유

온도가 높아지면 CO₂의 물에 대한 용해도는 일반적으로 감소합니다.

따라서 같은 압력 조건이라면 따뜻한 음료가 차가운 음료보다 CO₂를 액체 속에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개봉한 탄산음료를 따뜻한 곳에 오래 두면 CO₂가 대기로 이동하기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탄산음료는 차갑게 보관하는 것이 탄산 유지에 유리합니다.

흔들면 탄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일까?

밀봉된 병을 흔들었다고 해서 CO₂가 즉시 병 밖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용기가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흔들면 액체 내부에 작은 기포가 분산되고 기체와 액체의 접촉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뚜껑을 열어 압력을 낮추면 이미 존재하는 기포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거품이 급격하게 발생하고 음료가 넘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흔드는 것 자체

와

흔든 뒤 개봉해 CO₂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

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탄산이 다 빠져도 음료가 약간 시큼한 이유는?

탄산음료의 신맛은 CO₂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에는 제품에 따라 인산, 구연산 등의 산미 성분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O₂가 상당히 빠져나가 탄산감이 약해졌더라도 음료 자체의 산미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용액 내 탄산계 화학종의 평형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탄산이 빠졌다’는 것과 ‘음료가 완전히 중성이 되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탄산이 빠지면 설탕도 사라질까?

아닙니다.

CO₂가 빠져나가는 것과 설탕이 사라지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입니다.

일반적인 조건에서 설탕은 CO₂처럼 기체가 되어 컵 밖으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탄산이 빠진 콜라가 여전히 달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오히려 탄산의 톡 쏘는 자극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맛의 균형이 달라져 단맛을 다르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설탕이 탄산과 함께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탄산이 빠진 음료를 흔들면 다시 탄산이 생길까?

생기지 않습니다.

흔드는 행동은 이미 음료 안에 존재하는 CO₂의 분포와 기포 형성에 영향을 줄 뿐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이미 상당량의 CO₂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간 음료를 흔든다고 해서 사라진 CO₂가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탄산을 다시 넣으려면 외부에서 CO₂를 공급하고 적절한 압력 조건에서 다시 액체에 용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냉장고에 넣으면 빠져나간 탄산이 돌아올까?

이것도 자주 생기는 오해입니다.

차가운 물이 CO₂를 더 잘 유지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열린 컵에서 주변 대기로 사라진 CO₂가 냉장고에 넣는다고 자동으로 음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냉장 보관은 남아 있는 CO₂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것이지 이미 외부로 손실된 CO₂를 복원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따라서 탄산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CO₂가 많이 빠져나가기 전에 밀봉하고 차갑게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탄산은 결국 대기 중 CO₂가 되는 것일까?

액체에서 빠져나온 이산화탄소는 주변 공기와 섞입니다.

따라서 분자 수준에서 보면 탄산음료 속에 있던 CO₂도 결국 주변 대기의 CO₂와 섞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병 안의 고압 환경에서 액체에 녹아 있던 분자가 개봉 후 기체로 이동하고, 이후 주변 공기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즉,

병 안 → 음료 속 → 기포 또는 액체 표면 → 컵 위 공기 → 주변 대기

라는 이동 경로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CO₂의 여행

탄산음료는 기체와 액체 사이의 물질 이동을 일상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처음에는 CO₂가 액체에 녹아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뚜껑을 열면 압력이 낮아집니다.

컵 표면의 핵생성 지점에서 작은 기포가 만들어집니다.

CO₂가 기포 안으로 이동하면서 기포가 성장합니다.

기포는 부력으로 위로 올라갑니다.

표면에서 터집니다.

CO₂는 공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그리고 주변 대기와 섞입니다.

우리가 보는 작은 기포 하나가 사실은 액체 속 분자가 기체 상태로 이동하는 과정을 눈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입니다.

핵심 정리

탄산음료에서 탄산이 ‘사라진다’고 표현하지만 이산화탄소가 실제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밀봉된 탄산음료에는 압력에 의해 많은 CO₂가 액체 속에 녹아 있습니다.

뚜껑을 열면 내부 압력이 낮아지고 음료 위의 환경도 바뀝니다.

그 결과 기존에 녹아 있던 CO₂ 일부가 액체 밖으로 이동합니다.

CO₂는 핵생성 지점에서 만들어진 기포 속으로 들어가 위로 올라온 뒤 대기로 방출될 수도 있고, 액체 표면을 통해 직접 기체상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컵 밖으로 나온 CO₂는 주변 공기와 섞여 점차 넓은 공간으로 퍼집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탄산이 날아갔다.”

라는 표현을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음료에 용해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액체에서 기체로 이동한 뒤 주변 대기로 확산되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탄산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마시려던 음료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참고 자료

  • Sander R., Compilation of Henry’s law constants (version 4.0) for water as solvent, Atmospheric Chemistry and Physics, 2015.
  • Liger-Belair G., Carbon Dioxide in Bottled Carbonated Waters and Subsequent Bubble Nucleation under Standard Tasting Condition,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19.
  • Liger-Belair G. et al., Modeling the Kinetics of Bubble Nucleation in Champagne and Carbonated Beverages, The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B, 2006.
  • Liger-Belair G., 탄산음료 및 샴페인의 CO₂ 방출과 기포 거동에 관한 연구.
  • Bubbles, Foam Formation, Stability and Consumer Perception of Carbonated Drinks: A Review of Current, New and Emerging Technologies for Rapid Assessment and Control, Foods, 2020.
  • 탄산-중탄산 평형 및 수용액 내 이산화탄소 화학에 관한 일반화학·물리화학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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